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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이야기(5) 회사에서의 인간관계, 걱정은 가짜방지턱

by 하미코코 2024. 3. 10.

직장인 경력 10년차, 근래의 나는 회사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동안 내가 운이 좋아서 그랬다는걸 근래에 깨달았다. 좋은 사람들, 나에게 맞는 업무환경, 적당한 조건의 삼박자가 그동안 잘 이루었던 것이다. 나름 큰 회사를 다니며 생계 걱정을 안하고, 공채입사라는 타이틀로 회사내 적당한 인적 인프라를 형성 하며, 눈치와 적당한 업무스킬로 동료/상사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즉, 그동안 걍 배부르게 잘 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어지러운 현실세계에서 우리회사라고 호수처럼 잔잔할 수 없었고, 여러가지 변화가 파도처럼 계속 발생했다. 그 안에서 나의 뜻과 상관 없이 휩쓸리기도 하고, 선택의 기회가 생겨서 미친듯이 고민하기도 하고, 선택에 대해 후회도 하고 만족도 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회사에 대한, 회사내 인간관계에 대해, 나의 생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지난 1개월은 입사 이후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의 시기였을 것이다.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정말 끝의 끝까지 먹는것 아니면 토하지 않고, 왠간히 아파서는 토히자 않는데. 평소 그닥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스트레스로 인해 아파본적이 없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트레스로 먹은걸 다 게워내고, 아파서 수액을 맞고, 피부가 싹 뒤집어졌다. (장/위/두통/면연력 모든게 망가지면서)

사실 성격이 남에게 썩 정을 막 주는 편은 아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지만, 주위에서도 나를 그렇게 얘기하긴 했었다. 나의 성격에 불만은 없었고,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매너가 형성되면서 적당히 잘 지냈다. 나의 사람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관심을 가지고, 잘하기 위해 노력하디만 나의 사람이 아닌 적당한 남들에겐 딱히 관심도,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성격이라고 할까. 그런 나의 관계 구도에서 가장 나의 사람은 남편과 딸이다. 그런데 회사 친구 한명이 몹시 가까워 졌고, 그 친구에 대한 경계가 가족 급으로 들어왔다. 예외적이었고, 사실 스스로 노력한 것도 많았다. 나에게 너무 고마운 친구이고 도움을 많이 받았고,본받을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고 하는데, 나는 선입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여러가지 선택과 포기를 해야 했고, 그와중에 이 친구를 고려해야 하고 영향을 받게 된 것이 많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왜 회사에서는 친구가 없다고 하는지.

그건 친구로 둘만한 사람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각자의 이해관계(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 안에서는 싫든 좋든 계속적으로 선택과 변화를 하여야 하는데, 업무관계가 아닌 친구관계는 제대로된 선택과 변화를 하기에 어렵다. 다시 말해서, 나를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데 친구를 고려하게 되면, 친구를 위한 선택을 해야 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냥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친구는 친구로 지내면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서로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가 힘들것이 보이는데 나 좋다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나를 위한 선택이 아닌, 친구를 위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선택을 하자마자 스스로 후회 했다. 물론 만족한 점도 있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후회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다 지나갔고,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히 나의 몫이다.

아직도 그 친구와는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나의 개인 영역에 그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이젠 어렵다. 왜냐하면 회사로 엮어있기 때문에. 나에게 회사생활은 단순히 공적인 영역이 아닌, 나의 삶의 즐거운 부분중 하나였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공사의 구분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관계가 양날의 검이고, 나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줄 수있지만 , 그만큼 독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이번에 알게 된 점은, 내가 독립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30대 중반인데 아직도 옆사람에게 의지를 너무 많이 했다. "인생은 독고다이", 이번에 이효리가 졸업식에서 축사했던 영상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청 위로가 되었다.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를 하고 살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은 굉장히 뜻깊다. 내면이 좀더 탄탄해지고 성숙해졌다는걸 스스로 느끼게 된다. 그동안 고민이 생기면 주변인의 의견에 휩싸였는데, 남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무엇을 선택하든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나의 몫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 조언, 생각들은 어차피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결국 본인이 해야 한다. (그래서 남에게 조언하는 말도 극도로 줄어들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떠한 고민에 있어서 결국 본인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이제야 또렷히 알았다)

뜻밖에 이득은 걱정이 줄어들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딱히 걱정을 미리하게 되지 않았다. 일부러 안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저 자연스럽게 걱정이 별로 들지 않았다. 뭐든 지나가고 흘러가게 되어 있다. 내가 미리 걱정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맞지, 스스로 미리 걱정을 땡겨서 하는건 투정이다. 지금 무언가를 할 노력은 안하고, 걱정 속에서 '나는 지금 걱정을 하고 있어' 라는 스스로의 빠져서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유튜브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걱정은 '가짜 방지턱' 같은 것이라고. 나에게 당장 다가온 것도 아니고, 실제로 일어난 일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 ,스스로의 앞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동안 좀 노력했다. 의도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그 친구에게 잘 해주기 위해서, 보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내 머릿속은 항상 무언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있었다. 내 인생만 생각해도 바쁜데, 친구 인생까지 끄집어서 생각하니. 그것도 스스로 자처해서. 지금은 내 인생만 생각하니 머리가 훨씬 가볍다. 스마트폰에서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많은 파일들, 기타 저장된 것들을 한결 싹 정리한 기분이다. 다행히 기분만은 아닌 것이, 뒤집어졌던 속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피부도 조금씩 정상이 되어간다.  일시적이지 않고 앞으로도 나를 중심으로 나의 주체를 가지고 지내기 위해서 , 이 일기를 남겨둔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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