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9년차, 내년이면 10년차이다. 운이 좋은 건지 다행인 건지 회사 다니는건 나한테 꽤 잘 맞았다. 정말 다니기 싫을때도 많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느낀 것은, 나는 사회생활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뭔가 진행해 나가면서 뿌듯함도 느낀다. 무엇보다 내가 번 내돈을 사용 하는 것은 앞으로도 쭉 하고 싶은 일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나는 약 8년간 같은 팀장님을 모셨다. 그 분 밑에서 신입-대리-과장까지의 기간을 지냈다. 그리고 첫 상사분은 직원에 대해 칭찬과 채찍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나를 많이 아껴주셨기 때문에 (덕분에 일도 많았지만) 인정받고 칭찬 받으며 일을 했다. 그리고 육아 휴직 복지 후에 바뀐 팀장님은 그전 팀장님과 180도 다른 분이 셨다. 첫 상사분은 불같은 분이라면 이 분은 얼음 같은 분이다. 감정표현이 극도로 절제되어 있고 지극히 이성적이고, 칭찬도 질책도 굉장히 적었다.
약 3개월 정도는 가장 힘들었다. 우선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박히 일을 해나가야 했는데, 지금 팀장님은 업무를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았다. 'A~Z가 필요합니다.' 라고 딱 본론만 전달하고서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야 했다. 물어보면 될 일이기도 한데, 물어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 당시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내다 보니 지독한 T성향이면서,(내 인생 최고 최대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악함이 없고 앞뒤가 똑같으며, 어떤 상황이든 본질을 생각하려고 항상 노력하시는 분이었다. 덕분에 꽤 존경하고 꽤 따르면서 약 1년을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팀장님에 대한 나의 마음이 또 오락가락 한다.
그동안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말을 잘 안한다는 것과 업무의 형식보다는 본질 파악을 하며 일을 하신다는 점이 었는데.... 최근에 직속임원이 바뀌었고, 팀장님도 그분의 스타일에 맞춰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인지.... 업무지시가 오락가락, 갈피를 못잡으면서 앞뒤 맥락이 안맞는다. 그리고 형식에 메여서 시간이란 시간을 다 까먹고 있다. 그런데 답답한것은 본인은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문제는 임원님은 형식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결국 수정+수정+수정의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직속 임원의 지시사항을 팀장님이 100% 흡수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담당인 나까지도 느껴지니, 더욱 답답할 뿐이다.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뭔가 임원과 팀장의 결이 다르다 보니 .. 각도가 좀 꺽인채로 빙빙 도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조직변경의 이슈가 생기면서, 타부서 이슈사항을 파악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평소 같으면 이럴일이 별로 없는데 해당 부서에서 워낙 정보 공유, 노출을 꺼리다 보니 내용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내용을 파악하였다. 그런데 팀장님한테 해당 내용을 애기하는데 유난히 소통이 안된다. 나의 표현이 문제인지, 아니면 자꾸 본인만의 해석으로 계속 듣는 팀장님이 문제인지.... 여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타부서에서 비용 결재를 아직 득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해당 비용에 우리팀이 연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해당 비용 건에 대해 팀장님께 보고를 드렸는데, 결론은 아직 결재완료가 안된 비용 이었다. 즉, 관련 부서에서 비용 결재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근데 내가 잘 못 한것도 아니고, 그로 인해 우리팀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닌데. 비용 결재를 받지 못했으면 처리 못한다며 정색하며 질책을 하는데. 왜 내가 이러한 질책을 받아야 되는지 도저히 이해도 되지 않았다. 특히 평소에 그런 표현을 조심하는 팀장님인데, 오늘은 업무가 정말 바쁘고 임원의 요구사항이 많아서 피곤했던 날이라 더욱 그러했는지... 왜 나한테 신경질? 짜쯩? 화풀이? 하는 거지? 란 느낌이 들정도로 질책했다. 사실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다른부서가 잘못한 거고, 그동안 그 부서의 업무 자체에 관여한것도 없어서, (예를들어 업무를 같이해서 같이 챙겼어야 했던거면 나도 억울하지 않은데) 1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 왜 내가 이걸로 혼을 나야 하냐고.
나는 항상 사람에 대해서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바라본다. 육아휴직 복직 후에 회사에서 인간관계가 너무 다이나믹하다. 이번 일주일간은 아주 오랜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답답하고 재미없고 짜증났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동기부여도 받고, 에너지도 받으며 지냈는데 요즘은 인정을 받지 못해서 재미가 없다. 연초에도 팀장님으로 인해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과 업무 자체에 대해 흥미를 잃어서 동기부여가 확 꺽였고 그래서 이직이라던가 부서이동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팀장님께 배울점이 많다는 걸 알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배우며 지냈는데... 요즘은 단점이 훨씬 훨씬 많이 보인다.
나는 칭찬 받으면 더 열심히 일 할수 있는데, 지금은 이 팀장님 밑에서 나는 어떻게 스스로 만족과 동기부여를 느끼며 지낼 수 있는지 .... 고민하면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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