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회사 다니면 연차도 쌓이고, 팀내에서 업무적으로 인간관계적으로 인정 받으며 지내다 보니 '나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이 정도 대우를 받을 만한 위치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직급이 낮은 사람은 당연히 나의 요청을 받아들여주고, 필요한 내용을 전달해 줄것이라 생각했다. 우습게도. 업무 요청을 할려고 유관부서의 조직도를 살펴볼때면 거의 무조건 막내 또는 대리급에게 연락을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보통 실무자는 대리,사원이 많다. 나는 과장이기 때문에 유관부서에 업무요청하는게 그닥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동안 업무담당자인 인사팀 대리님께 자료를 요청했지만 피드백이 오지 않고 메신저도 '읽씹' 을 여러차례 당했다. 화가 나면서도, 지금 이게 화를 내는게 맞는 상황인지에 대해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내가 요청한 일을 반드시 그 사람이 해줘야 한다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원래 본업이 아닌, 추가적인 '문의사항'에 지나지 않은 업무이며 나는 본인의 보스가 아니라서 꼭 해줘야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본인 업무 관련 요청 사항을 무시하는게 맞는 것인가? 반대 상황을 생각해 봤다. 나도 유관부서에게 자료요청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요청하는 사람의 유형은 보통 2가지 이다. 당연히 달라는 요청과 부탁하는 자세. (본업으로 바쁠테지만 부탁드린다) 보통 나는 요청사항을 성실히 임하는 스타일이지만 나의 동료분은 그렇지 않다. 타부서에서 요청한 자료는 완전 후순위, 특히 보고용이 아닌 단수 확인요청건은 무시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연락한 담당자가 나와 관계에서 문제가 있기 보단, 원래 그런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것인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나는 자료를 받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 자료는 나에게 필요한 자료이다. 다만 담당자 의견은 다른 방법으로도 내가 확인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런데 왜 본인한테 요청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선 본인이 먼저 나한테 자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메신저상 정확하게 "일부를 캡쳐해 줄 수 있다" 라고 해서, 그 캡쳐본을 달라고 했다.) 다른 방법도 있다고 했지만, 본인이 줄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일주일이나 기다리며 메신저로 여러차례 연락했던 것이다. (하지만 읽씹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럽고 치사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서 그걸로 자료를 찾자니 그것 또한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아니 본인이 자료 줄 수 있다고 해놓고선 안주는건 뭐야?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지?' 란 생각이 머리 한가득이다. 하지만 감정을 빼고 업무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으로 자료를 뽑는게 더 낫다. 왜냐하면 나는 향후에도 관련 자료가 필요하고, 그렇다면 남에게 요청해서 자료를 받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자료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두는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료접근권한 등등을 시스템에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이번 건에 대해서는 내가 자료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보는게 빠르고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걸 알았다. 다만, 그 대리님의 태도가 괘씸하고 분하다. 어떻게든 맞대응을 해서 '당신 지금 몹시 무례하고, 업무적으로도 꽝이야. 본인 유관 업무사항을 이렇게 무시하는 건 업무태만이야!' 라고 메세지를 쳐던지고 싶다. 나는 그동안 내가 꽤 기가 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쫄보 바보가 아닌가 싶다. 다만 섣불리 감정표현하면 뒤에 후회할 것 같아서 현재는 아무런 액션을 취하고 있지 않다.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을 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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